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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차!

시끄러운 차는 왜 시끄러울까?

 

자동차를 좋아해온 지 십 수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생각해 그저 자기만족으로 긁어모았던 지식들.

 

 

Pixabay 펌, BMW i8. 세계최초로 양산된 하이브리드 슈퍼카이기도 하다.

 

 

어느 날, 친구와 함께 거리를 걷는데 BMW i8 이 배기음을 내며 4차선 도로를 달려갑니다.

그 때 친구가 문득 궁금한 게 있답니다.

 

“저 차는 왜 저렇게 시끄러운 거야?

이유가 있어?”

 

 

Pixabay 펌.

 

 

사실.

모두가 ‘뭐야, 시끄럽네.’ 하고 넘어갔을 지도 모르죠.
저건 납작한 차라고 그런거겠지, 하고 넘어갔을 지도 모릅니다.

보통이라면 한 번 지나가면 그대로 잊혀질 질문이겠죠.

 

 

Pixabay 펌

 

 

하지만 그 날은 마침 차에 미쳐 사는 제가 옆에 있었던 탓에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던 겁니다.

 

다만... 제게 그 기회가 얼마나 귀중했는지 나름의 열의를 다해 설명을 해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립니다.

 

그 작은 의문을 풀기 위해 엔진의 동력생성 원리와 혼합기의 정의, 흡기와 배기, 머플러와 배기가스 등등...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거든요.  과연 이해가 되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 블로그의 첫 글이 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한 번 스쳐지나가고 마는.

사소한 자동차에 대한 궁금증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기 위한 첫 번째 스토리. 시작합니다.

 

“왜 납작한 차는 시끄러울까?”

p.s. 쓰고 보니 여기서 벌써 주석 달아야 할 곳이 보이네요. 무시해주세요! ㅠㅠ 사소한 건 넘어가자구요 ㅠㅠ

 

 

집으로 들어오던 중 발견한 페라리 458 이탈리아, 켈리포니아, 아우디 R8, 마세라티 4200GT 카브리올레

 

납작한 차들은 유난히 시끄럽습니다. 물론 납작하지도 않은 데 시끄러운 차도 있습니다. 
반면 우리 부모님이나, 지인의 차는 그 차들에 비하면 양반이죠.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민폐스러운 차들.

대체 왜?

좀 조용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지금부터 아주 짧고, 굵고, 쉽게 말씀드립니다.

 "도망가세요. 겁나 길어요!!"

 

『왜?』

 

대부분 납작한 차들을 우리는 ‘스포츠카’ 라고 부릅니다.  스포츠카.

여러분이 아시는 스포츠카의 정의는 뭘까요?

 

 

pixabay 펌.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쉐 911 시리즈, 이 차량은 GT3로 보인다.

 

 

어렵게 생각 안하셔도 됩니다 ㅎㅎ

그냥 더럽게 빨라 보이거나, 실제로 빠른 차들을 보면 친구 어깨를 때리면서 ‘야! 스포츠카다!’ 이러잖아요.

 

어..... 저만... 그랬나요?

 

어쨌던. 스포츠카는 대다수가 겁나 시끄럽습니다. 

가끔 고막이 터질 듯이 팡팡 거리고 시끄러워요.

어쩔땐 배달 오토바이가 더 반가울 지경입니다.

 

오토바이야 시끄러운 게 한 둘이 아니니까 그런갑다... 하는데. 왜 얘네들은 다들 조용한데 자기들끼리만 시끄러운 걸까요?

 

『소음기의 역할』

 

사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모-든 차는 원래 너나 할 것 없이 시끄럽습니다. 얼마나 시끄럽냐고요? 군대를 다녀오신 남성분들 기준, 실탄사격 수준입니다.

 

“저기... 군 면제인데요.”

“실탄사격은 뭐에요?”

 

라고 물으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한 번쯤은 가보신 적 있는 클럽. 아시죠?

거기에 끌고 들어가면 DJ도 놀라서 디제잉을 멈출 거에요. 진짜루요. 한 번 해보세요.

단, 해보실 거라면 아래 영상...
아니. 따라하진 마세요.

※ 불법입니다. (자동차관리법 제 35조에 의거해 소음기 무단해체는 불법!)

 

youtu.be/7FBqeezsg5g

[유튜브 자동차 체널, 픽플러스의 머플러 제거 실험]

 

위 영상을 보고 오셨다면 아시겠지만 자동차 엔진은 어마어마하게 시끄럽습니다.

그 이유는 엔진이 동력을 생산하는 원리가 폭발이기 때문입니다.

 

방이 붙어있는 집에서 1분에 수백번씩 폭탄을 펑펑 터뜨린다 생각해보세요.


이웃집에서 당장 몽둥이 들고 쳐들어오거나, 112와 119에서 여러분의 자택을 방문할 겁니다.

 

이러한 폭발로 인한 소음을 줄여주는 것이 바로 ‘소음기’ 머플러라 불리는 겁니다.

 

『머플러』

 

 

Pixabay 펌,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소음기는 대부분 큰 수통 모양을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자동차가 방구 뀐다고 할 때 그 방구가 나오는 구멍을 머플러, 정비현장 용어로는 마후라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머플러가 소음기였단 사실을 몰랐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대부분 그 구멍을 통해 연기나는 것만 보았기 때문입니다.


총의 소음기처럼 일상적으로 땠다 붙였다가 가능하면 모를까 자동차 머플러를 휴대하면서 땠다 붙였다하는 사람들은 없잖아요.

 

※ 가변배기튜닝하신 분들은 손들지 말아주세요.

 

어쨌던 머플러는 자동차의 엔진 소음을 몇 단계로 나누어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자동차의 조용함은 이 머플러가 가져다 준 산물인 셈이죠.

 

그렇다면. 어째서 시끄러운 차들이 존재하는 걸까요. 그들에게 머플러는 그저 장식일 뿐일까요?

 

『네』

 

장식입니다. 라고 말했다간 욕을 엄청 먹을 지도 모르니 포장을 좀 하고 넘어갑시다.

사실 이 부분은 총의 소음기와도 관련있는 내용입니다.

 

소리가 물질의 흐름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여러분이 이해하신다면 어째서 납작한 차들은 소음이 커야만 했는지도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엔진은 배기가스와 폭발 소리을 내뿜습니다. 이 두 가지가 머플러를 거쳐 옵니다.

특히나 소리인 폭발은 머플러라는 소음기를 거치며 밖으로 나올 땐 고요한 소리만 낼 뿐이죠.

 

자, 뜬금없지만 여기에 두 종류의 음료수가 있습니다.

하나는 파워에이드, 하나는 어린이용 주스음료이며 둘다 용량은 같다고 가정합시다.

 

 

 

 

 

 

파워에이드는 뚜껑이 넓고 큰데 비해 어린이용 주스음료는 아이들을 위한 마개가 달려 있는 게 특징입니다. 이 두 음료를 성인 2명이 각각 취향대로 선택하여 마신다고 가정합시다. 누가 더 빠르게 음료를 마실까요?

 

1. 파워에이드를 마시는 성인

2. 파워에이드를 뺏겨 울며 겨자 먹기로 쿠우를 선택한 성인

 

분노에 의한 흡입기술을 시전하지 않는 이상 1번이 더 빠를 것이라 모두가 선택하실 겁니다. 2번은 생각만 해도 답답하시잖아요.

(아... 저만... 그런 거라구요???)

 

그럼 누가 더 음료를 마실 때 시끄러운 소리를 낼까요, 목넘김이 더 시끄러울 사람을 골라봅시다.

 

1. 방금 자전거 1시간 타서 목말라 죽겠는 파워에이드를 선택한 성인

2. 방금 자전거 탔는데 파워에이드 뺏겨서 쿠우를 마시는 성인.

 

자전거를 타고 목 마른 시점에 이온음료는 아주 죽여주죠. 아주 빠르게 마실 겁니다. 음료도 그 만큼 빠르게 병에서 빠져나와 목을 축여주겠죠.
그 때 그의 목넘김 소리는 아주 빠르고, 크게 들려올 겁니다.

 

반면에 뚜껑에 의해 죽어라 음료를 빨아들이고 있을 2번 성인을 생각해보세요. 그가 아무리 빠르게 마신다 한들 음료가 목에 흘러들어오는 양은 한계가 있을 거에요.

그 때 그의 목넘김 소리는, 그가 답답해서 꿀꺽꿀꺽 소리를 일부러 내는 게 아닌 이상 1번 보다 작고 느리게 들려올 것입니다.

 

『그래서 대체 왜 이딴 얘길 하고 앉아있는데?』

 

제가 이러한 예시를 든 이유는 스포츠카와 일반 승용차의 머플러의 차이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기 위함이였습니다. 이제 적용을 시켜보도록 하죠.

 

파워에이드가 스포츠카, 어린이용 주스음료가 일반 승용차라고 생각하세요. 그 안에 있는 음료가 엔진을 통해 나오는 폭발소리와 매연입니다. 그리고 그걸 마시는 사람이 바로 ‘이 세상 그 자체’ 라고 봅시다.

 

스포츠카의 목적은 빠르게 달리는 것입니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이요.”

.

.

.

.

 

네... 엔진이 좋아야 빠르죠.

그러면 머플러를 설명할 수가 없잖아요. -_-;;

 

스포츠카의 목적은 빠르게 달리는 것입니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선 모든 게 다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엔진은 물론이고, 엔진을 통해 배출되는 매연도, 폭발 소리도 다 빨라질 수밖에 없죠. 파워에이드와 같이 큰 뚜껑을 가지고 있으면 빠른 흐름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게 됩니다. 그 만큼 뚜껑으로 통해 나올 수 있는 액체의 양이 많기 때문이죠.

 

반면에 어린이용 주스 음료처럼 쪽쪽 빨아서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뚜껑이라면?

액체가 원활하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빠른 흐름을 유지시킬 수 없고, 파워에이드처럼 빠르게 하기 위해 사람은 더욱 힘을 주어 뚜껑을 빨아 음료를 마시게 될 것입니다.

 

 

2016 KSF, 직접 경기를 관람하며 찍은 드리프트 사진입니다.

 

 

 

머플러를 통해 폭발 소음을 상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소음은 줄어들지만 매연의 흐름이 막히게 되면서 배출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전력질주를 하던 여러분이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어서 호흡하는 소리가 커지는 게 너무 싫은 나머지 억지로 호흡을 가지런히 조절하려는 상황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여러분은 필요한 산소를 호흡으로 빨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모든 걸 다 내팽게치고 전력질주를 택하느냐, 이대로 조금 느리지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갈 것이냐를 선택하게 되겠죠.

 

스포츠카의 소리가 조용해진다는 것은 후자, 느리지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갈 것을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전력질주를 하고자 가속을 한다면 배출가스가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기에 오히려 엔진은 매연을 더 배출시키기 위해 더 큰 동력을 생산해내려고 하게 됩니다.

 

파워에이드 마시듯 빠르게 음료를 마시기 위해 어린이용 주스음료를 선택한 성인이 힘을 더 주어 뚜껑을 빨아 음료를 마시게 되는 선택이 되겠죠. 이 결과는 빠르게 달리기 위한 스포츠카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습니다.

 

『결론』

 

그렇기 때문에 납작한 차들. 스포츠카를 비롯한 슈퍼카, 하이퍼카는 머플러가 크고, 소리가 시끄러운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빠르게 달려야 하기 때문에 시끄러운 것인데.

 

우리나라 도로 사정에 그렇게 빨리 달릴만한 곳도 없는데 조용하게 만들면 되지 않아?

라고 말씀하실 분들 계실 겁니다.

 

솔직히, 그러면 좋죠. 밤에 시끄럽지도 않고요. 집 앞에 외곽순환도로 있어서 새벽까지 거슬리긴 하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과연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가 굳이 그렇게까지 해줄까요? 시끄러워야 비로소 가치가 있는 녀석들인데 말이쥬.

 

『번외, 그럼 납작하지도 않은데 시끄러운 건요?』

 

몇 가지 경우가 있는데 여기선 오로지 ‘가솔린/LPG’ 자동차에 한해서만 설명합니다.

딱 한 마디로 정리할게요.

 

“같은 이유로 그렇습니다. 다만, 큰 게 좋아서 소음기 튜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아는 지식 안에서 최대한 써보았으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그러한 부분을 발견하신 경우 주저하지 마시고 댓글을 통하여 지적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적해주신 부분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용추가=

머플러의 소음기로 손실되는 성능은 3-5% 정도라고 합니다. 사실 일상적인 영역에선 그다지 신경쓰일 정도의 손실은 아닙니다.

그러나 스포츠카의 주 무대인 레이스에서는 아주 큰 손실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레이스에선 1-2마력의 차이가 순위를 가르는 큰 요인으로 작용됩니다.

또한 내용을 빼먹었는데 총에 다는 소음기 또한 탄알의 진행속도를 깎아먹습니다. 결론적으론 둘 다 폭발 에너지의 손실을 가져오는 셈이죠.